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기형도 ,「빈집」, 『입 속의 검은 잎』, 문학과지성사, 1989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기형도 ,「빈집」, 『입 속의 검은 잎』, 문학과지성사, 1989
求道 - 이성선
세상에 대하여
할 말이 줄어들면서
그는 차츰 자신을 줄여갔다.
꽃이 떨어진 후의 꽃나무처럼
침묵으로 몸을 줄였다.
하나의 빈 그릇으로
세상을 흘러갔다.
빈 등잔에는
하늘의 기름만 고였다.
하늘에 달이 가듯
세상에 선연히 떠서
그는 홀로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