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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21 빈집 - 기형도
  2. 2008.10.16 [詩] 求道 - 이성선
  3. 2008.07.01 [詩]어느 푸른 저녁 - 기형도 2
  4. 2008.06.18 [詩]겨울풍경 - 장만호 1
  5. 2008.06.10 [詩]처음 2

빈집 - 기형도

2009. 4. 21. 13:28 posted by 무명시인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기형도 ,「빈집」, 『입 속의 검은 잎』, 문학과지성사, 1989

[詩] 求道 - 이성선

2008. 10. 16. 10:19 posted by 무명시인

求道 - 이성선

세상에 대하여
할 말이 줄어들면서
그는 차츰 자신을 줄여갔다.


꽃이 떨어진 후의 꽃나무처럼
침묵으로 몸을 줄였다.


하나의 빈 그릇으로
세상을 흘러갔다.
빈 등잔에는
하늘의 기름만 고였다.


하늘에 달이 가듯
세상에 선연히 떠서
그는 홀로 걸어갔다.

 


 

[詩]어느 푸른 저녁 - 기형도

2008. 7. 1. 09:56 posted by 무명시인
어느 푸른 저녁
                       - 기형도-


1

그런 날이면 언제나
이상하기도 하지, 나는
어느새 처음 보는 푸른 저녁을 걷고
있는 것이다, 검고 마른 나무들
아래로 제각기 다른 얼굴들을 한
사람들은 무엇엔가 열중하며
걸어오고 있는 것이다, 혹은 좁은 낭하를 지나
이상하기도 하지, 가벼운 구름들같이
서로를 통과해가는

나는 그것을 예감이라 부른다,
모든 움직임은 홀연히 정지
하고, 거리는 일순간 정적에 휩싸이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거대한 숨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그런 때를 조심해야 한다, 진공 속에서 진자는
곧,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검은 외투를 입은 그 사람들은 다시 저 아래로
태연히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조금씩 흔들리는
것은 무방하지 않는가.
나는 그것을 본다.

모랫더미 위에 몇몇 사내가 앉아 있다,
한 사내가
조심스럽게 얼굴을 쓰다듬어 본다
공기는 푸른 유리병, 그러나
어둠이 내리면 곧 투명해질 것이다, 대기는
그 속에 둥글고 빈 통로를
얼마나 무수히 감추고 있는가!
누군가 천천히 속삭인다, 여보게
우리의 생활이란 얼마나 보잘것없는 것인가
세상은 얼마나 많은 법칙들을 숨기고 있는가
나는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그러나 느낌은 구체적으로
언제나 뒤늦게 온다, 아무리 빠른 예감이라도
이미 늦은 것이다 이미
그곳에는 아무도 없다.

2

가장 짧은 침묵 속에서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결정들을
한꺼번에 내리는 것일까
나는 까닭없이 고개를 갸우뚱해본다.
둥글게 무릎을 기운 차가운 나무들, 혹은
곧 유리창을 쏟아버릴 것 같은
검은 건물들 사이를 지나
낮은 소리들을 주고받으며
사람들은 걸어오는 것이다.
몇몇은 딱딱해 보이는 모자를 썼다.
이상하기도 하지, 가벼운 구름들같이
서로를 통과해가는
나는 그것을 습관이라 부른다,
또다시 모든 움직임은 홀연히 정지
하고, 거리는 일순간
정적에 휩싸이는 것이다, 그러나
안심하라, 감각이여!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검은 외투를 입은 그 사람들은 다시 저 아래로
태연히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어느 투명한 저녁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모든 신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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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그가 살던 때 처럼 날씨가 좋지 않고..

나는 아무것도 쓰지 못했다..

무기력할수 있지만..

그것은 안심할수 없는 습관이 되어간다..

머리속의 티끌들은 주어모으던 버릇은..

이제 나를 보호하려는 핑계로 탈바꿈해간다..

[詩]겨울풍경 - 장만호

2008. 6. 18. 10:46 posted by 무명시인

겨울 풍경
                                                     - 장만호

술을 먹고 집으로 가는 길
숨죽인 화계사를 건너고 국립 재활원을 지나다 보면
서서히 일어나 하나, 둘 셋 ······
별들을 이어 별자리를 긋듯 손을 잡는 아이들
휠체어를 타거나 지체 부자유한 별들
밀거나 당겨주며 수유리의 밤을 온 몸의 운동으로
순례한다, 길 밖에 고인 어둠만을 골라 딛으면서
몸이 곧 상처가 되는 삶들을 감행하며
흔들리는 平生을, 과장도 엄살도 없이 흔들며 간다
그 모습 가축들처럼 쓸쓸해
왜 연약한 짐승들만 겨울잠을 자지 않는지
작은곰자리에서 내려올 눈발을 헤치며,
왜 사람만이 겨울에 크는지,
묻고 싶었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붕어빵을 입에 물고는
風警처럼 흔들리며 간다
깨어 있으려고
흔들려 깨어 있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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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학교를 다니면서 3학기동안 시강의를 해주신 교수님 시다..

그냥 이런 느낌의 시가 좋고..

이런 시를 쓰고 싶고..

교수님과 술을 마시면서 물어봤었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마치 겨울풍경에서 도망처나온 휠체어 처럼..

[詩]처음

2008. 6. 10. 16:57 posted by 무명시인
시에는 그림이 없어야 한다..

시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자..

그리고..

머리에 채우지 말고 가슴에 채우자..